“회사 정상화를 위한 결정구나 왕도는 없습니다. 인생은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만 복이 오는 것처럼 기본을 지키
고 미리미리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미리 준비
하지 못한 것처럼 LG전자가 예전에 강하고 독하게 했던
부분이 많이 무너진 게 안타깝습니다. 그런 부분을 품질로
연결시켜 품질을 잡는 게 결정구라고 생각합니다.”
구본준 부회장이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2011’에서 이같이 밝혔다.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취임한지 3달 정도 지난 구 부회장은 “톈진 공장과 멕시코 공장 등을 둘러봤다”며 “제조업의 경쟁력은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에서 나오는데 우리가 그런 부분이 많이 무너진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큰 회사가 CEO 한 사람 왔다고 하루 아침에 좋아진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쳐 나가겠다”고 했다.
구 부회장은 LG전자에 온 뒤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묻는 질문에 “잘 되는 회사는 제품력이 얼마나 좋고 생산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결정한다”며 “제품력은 상품 기획 하는 사람들이 좋은 제품을 구상해 경쟁사에 떨어지지 않게 빠르게 준비하는 데서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 때문에 슬로건을 패스트, 스트롱, 스마트라고 했다”며 “우리는 미리 앞서 준비한다는 패스트, 강하고 독하게 실행한다는 스트롱, 쓸데없는 일은 줄이고 필요한 일만 더한다는 스마트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점을 두고 투자할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모터와 콤프레서가 우리의 장점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키울 것”이라며 “제품의 경쟁력은 부품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또 “에어컨에 투자를 많이 해 기술적으로 세계 톱 수준에 올라있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재료에 들어가는 필름을 개발해서 쓰고 있는데 그게 강한 면이 되겠다고 본다”며 “평택에 금형단지를 짓고 있는데 그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생산기술원을 기본으로 전세계 사업장 지원을 어떻게 하느냐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구본준 부회장은 신성장동력 발굴과 관련 “G20 때 전시한 전기자동차 모터를 LG전자가 만들었는데 모터와 인버터 쪽을 개발하고 전기차에 들어가는 쿨링 시스템에서도 찾아보고 싶다”며 “수처리사업 또한 LG하우시스가 하고 있는 것을 인수해 할 것”고 말했다. 이어 “플라즈마 라이팅도 신경을 쓰면 세계적인 사업부를 탄생시키지 않을까 싶다”며 “솔라 부문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계획은 작년보다 좀 많이 할 것”이라며 “투자도 앞서 하지 않으면 1~3년 안에 후회한다”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스마트폰 등 부문별 경영목표와 관련해 “스마트폰은 사실 B2B 사업”이라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미리 준비 안 해 타격이 왔는데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1년 고생하면 내년쯤 수익성 나는 좋은 제품이 나올 것 같다”며 “2~3년 미리 보고 준비해 개발하며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 확보와 관련 “내가 (LG 야구단) 구단주를 맡고 있는데 야구팀 2군 선수들한테 더이상 FA영입은 없다고 선언했다”며 “회사 내에도 외국인 CFO 오고 했지만 LG전자를 잘 아는 사람은 LG전자 직원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외부영입을 별로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외부 영입을 하면 직원들에게 어떻게 비전을 주겠나”며 “M&A도 좋은 사업 있으면 하겠지만 하이닉스에는 관심 없다”고 말했다.
'최고기술책임자'들이 꼽은 '뉴 테크놀로지'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글로벌 기술전쟁의 최전선 야전지휘관이다. CTO의 혜안은 한 기업의 생존은 물론 우리 삶의 방식과 국가의 부(富)를 결정하기도 한다. 한국의 대표적 기술기업 최고기술책임자들에게 물었다.- ▲ (오른쪽에서 부터 시계 방향으로)양쪽 다리에 착용하도록 만들어진 웨어러블(wearable) 로봇‘블릭스(BLEEX)’.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연구진이 개발한 블릭스는 자체 무게만 50㎏. 사진 속 군인은 군장 무게 32㎏을 합쳐 총 82㎏을 짊어졌지만 블릭스의 파워 덕분에 실제로 느끼는 중량은 2㎏ 정도에 불과하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개발하고 있는 미래형 굴착기. 현대자동차가 개발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내부 구조. 종이처럼 구부리거나 말 수도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미 버클리대 제공
◆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민계식 회장은 "전 세계는 지금 이산화탄소(CO₂) 감축을 위해 전략적으로 녹색 에너지 기술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CO₂감축 대책을 찾지 못하면 기업은 물론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이유에서, 배출되는 CO₂를 모아서 분해·합성한 뒤 메탄올 같은 청정연료를 얻어내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탄올은 바이오디젤(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해서 만든 친환경 연료)의 주성분. 올해 약 230억달러(26조원)로 예상되는 세계 메탄올 시장은 바이오디젤이 상용화되면 급속하게 커질 전망이다. 민 회장은 "CO₂활용 기술은 부가가치가 엄청난 신(新)산업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웅철 사장 역시 "에너지 위기와 온난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기술"에 주목했다. 전기자동차 기술이 바로 그것. 양 사장은 "앞으로 5년 뒤엔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성능은 50% 좋아지고 가격은 절반으로 낮아진 배터리가 나와 전기차 가격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자동차의 3~6배에 이르는 비싼 가격이 전기차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머잖아 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분석 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가 예상한 2020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20만대. 양 사장은 "그 가운데 10% 시장만 차지해도 1만4400명의 일자리와 3조70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충전 안 해도 되는 제품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안승권 사장은 '소비자들을 충전의 불편함에서 해방시키는 기술'을 통신분야 차세대 핵심기술로 꼽았다.
안 사장은 "무선인터넷 환경이 좋아지고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해지면서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배터리 용량의 발전속도는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전력소모를 현재의 50% 수준으로 낮춰 한 번 충전으로 장시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초저전력 기술,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저절로 충전이 되는 무선충전 기술이 소비자들에게 더욱 큰 자유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노카본을 광원으로 사용하는 조명과 TV를 켜고, 나노카본을 발열체로 사용한 비데에 앉아 볼일을 보고 나노카본 김서림 방지처리가 된 창문 밖으로 아침 풍경을 감상한다. 그리고 나노카본 전극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를 타고 출근한다.'
나노카본이란 탄소원자로 이뤄진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 구조물로 긴 대롱 형태의 탄소나노튜브와 탄소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그래핀이 대표적이다.
성 사장은 "나노카본은 뛰어난 물성 때문에 2015년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 될 것"이라며 "나노카본 시장은 한 해 200조원대로 급성장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고령화와 청년층의 3D업종 기피현상은 중장비가 사용되는 건설현장의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숙련된 기술과 힘을 가진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바로 지능형 건설장비"라고 조두연 부사장은 말했다.
복잡하게 기계를 조작할 필요 없이 운전자가 그냥 팔 동작만 하면 이를 따라 움직이는 굴착기, 시각센서로 공사현장을 분석해 스스로 최적의 작업경로를 찾아내는 불도저가 지능형 장비의 예다. 2015년 세계 건설장비시장의 예상규모는 2500억달러(284조원). 이중 지능형 건설장비 시장은 최소 10%, 250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조 부사장의 전망이다.
초(超)고강도 강판(TWIP)은 철강업계가 '꿈의 소재'라고 부르는 강판이다. 망간(Mn)을 첨가해 초고강도이면서 동시에 최상의 가공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TWIP강을 쓰면 형상이 복잡한 자동차 부품을 쉽게 가공할 수 있고 부품 두께가 얇아도 강도가 충분하기 때문에 자동차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조뇌하 전무는 "차체를 10% 경량화하면 연료비가 3~7% 절약되고 CO₂배출량도 13% 정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TWIP강은 자동차의 경량화와 부품 제조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는 '윈-윈(win-win)' 상품으로 친환경자동차가 본격화되는 2015년엔 자동차용 고강도강판의 주력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을 태우는 화력발전은 황과 질소 같은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이와 달리 석탄에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해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주성분인 합성가스를 뽑아낸 뒤 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황·질소·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장영진 전무는 "IGCC를 사용하면 화석연료인 석탄을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IGCC는 화석연료 시대와 미래의 태양광·풍력·수소에너지 시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 전무는 "앞으로 5년 이내에 IGCC 상업발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은 말 그대로 몸에 직접 착용하는 로봇이다. 그 모습은 거대한 '외부 골격(骨格)' 형태다.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면 재난 현장에서 육중한 잔해를 치우고 무거운 군장을 짊어지고도 지치지 않고 먼 길을 갈 수 있다. 휠체어를 타던 장애인이 자신의 의지로 걸어다니는 것도 가능해진다.
변승완 전무는 "웨어러블 로봇을 비롯한 로봇 기술은 의료·실버산업·국방·건설·교육·재난수습 등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하지만 우리와 선진국의 격차가 큰 분야"라고 말했다. 변 전무는 그러나 "로봇기술과 IT기술의 접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IT강국인 한국으로선 도전해볼 만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석정 전무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시대를 가능케 할 핵심기술의 하나가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라고 말했다.
LCD와 같은 현재의 평판 디스플레이와 달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으면서 질기고, 종이처럼 접거나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다. 송 전무는 "앞으로 3년 이내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제품들이 본격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비중은 0.2%(2010년 기준). 하지만 2020년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평판 디스플레이의 시장점유율이 7대 3으로 역전될 것이라고 송 전무는 말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100만원 미만의 비용으로 단 몇 시간 안에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김성천 상무는 "유전자 정보 분석을 통해 사람마다 걸리기 쉬운 질병을 파악해 이를 예방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LS전선 조준형 부사장은 '무선 전력전송기술', 두산중공업 최승주 전무는 발전과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발전소', LG이노텍의 이주원 부사장은 'CIGS박막태양전지', 동아제약 김순회 전무는 'siRNA치료제'를 차세대 기술로 꼽았다. 산기협 박종용 부회장은 "미래 기술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시스템이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