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1-01-01 02:42
2010년 5곳 총매출 700조 시대 열어
롯데 뺀 4대그룹 매출 50~80% 해외서 발생 국내경기 기여 미지수
삼성 현대ㆍ기아차 SK LG 롯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5대 그룹이 모두 2010년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그룹이 당초 새운 신년 목표액을 모두 초과 달성하며, 사실상 5대 그룹 매출(연결기준) 700조원 시대가 열린 것. 신년에도 이들 5대 그룹은 두자릿수 성장세를 목표로 내 걸고 전력 질주하겠다는 각오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2010년 매출액은 250조원 안팎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순이익도 30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중 삼성전자가 매출 150조원, 영업이익 18조원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게 시장 예측이다. 삼성은 2009년에는 매출 220조원, 순이익은 17조7,000억원이었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며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컴백 성적표다.
현대ㆍ기아차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09년 전 세계에서 460여만대의 자동차를 판 현대ㆍ기아차의 2010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560여만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매출액은 120조원, 순이익은 10조원을 무난히 넘길 전망이다. 2009년 현대ㆍ기아차의 매출은 94조6,500여억원, 순이익은 8조4,200여억원이었다.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이 도요타의 리콜 사태 이후 더욱 빛이 난 결과다.
SK도 2008년 배럴당 140달러에 달했던 국제 고유가로 인해 기록했던 사상 최대 그룹 매출 99조원을 2010년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중국 경유 파동으로 인해 SK에너지의 수출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가 윤활유 부문도 해외 급성장을 거듭하며, 2008년 매출보다 더 높은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0년 SK의 매출액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솥을 깨고 돌아갈 배도 가라 앉힌다는 '파부침주'의 정신 무장을 강조한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이 낸 성과다.
LG는 더 놀랍다. 2010년 매출액이 무려 141조원을 기록한 것. 이는 2009년 125조원보다 11.3% 증가한 것으로, 매출액으로만 보면 삼성에 이어 재계 2위이다. 특히 이중 75%는 해외에서 올린 매출이다. LG는 나아가 2011년엔 이를 156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어렵다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내 보내선 안 된다는 구본무 회장의 철학이 결국 금융 위기까지 극복하며 지속적인 실적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롯데도 2010년 61조원의 매출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는 2009년 47조원보다 30%나 늘어난 것이다. 신격호 회장으로서는 2010년 숙원이던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최종 건설 허가에 이어 또 다른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2011년 신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도 2010년 32조원의 매출을 기록, 사상 최대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ㆍ기아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의 2010년 총 매출은 최소 670조원, 최대 7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롯데를 제외한 4대 그룹의 사상 최대 경영 실적도 결국 매출의 50~80%는 해외에서 거둔 것이어서, 국내 경기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